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14.


《고독한 직업》

 니시카와 미와 글/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2019.4.30.



시원스레 내리는 비가 멎으면 골짜기로 걸어갈까 하고 생각한다. 빗물은 샘물 되고, 샘물은 골짝물 되고, 골짝물은 냇물 되고, 냇물은 어느새 바닷물 되더니, 새삼스레 구름이 되고 빗물이 된다. 우리 몸이란 이 물결 가운데 깃든 숨결이겠지. 미리 따서 애벌로 졸였다가 식힌 오디물을 오늘 마저 졸인 다음에 병으로 옮긴다. 병으로 옮기기 무섭게 한 병이 사라진다. 가게에서 파는 잼은 너무 달기만 해서 다들 몇 숟가락 못 먹지만, 우리 집 열매나무나 딸기덩굴이 베푼 열매로 졸이면 다들 한자리에 한 병쯤 너끈히 비운다. 한 해 내내 잼을 누리자면 열매나무가 제법 있어야 할 테고, 차게 건사할 자리도 마련해야겠지. 《고독한 직업》을 천천히 읽는다. 이야기가 맛깔스럽지만 옮김말은 너무 일본 한자말투성이라서 눈에 자꾸 걸린다. 일본사람이 쓴 글이니 일본 한자말이 가득할는지 모르지만, 한국말로 옮길 적에는 ‘한국스러운 삶말’로 걸러야 하지 않을까? 번역을 하는 분이 제발 한국말을 처음부터 새로 배우면 좋겠다. 아무튼 글쓴님은 영화를 찍는 길을 걷고, 이 길이란 다른 일하고 마찬가지로 늘 스스로 돌아보면서 고요히 마음을 바라보는 삶이지 싶다. 홀로 씩씩하게 살림을 짓기에 함께 수다를 떨며 사랑을 가꾸는 하루라고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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