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26. 주검토막


  죽어서 땅에 묻었는데 마구 파내어 주검을 다시 토막을 내는 짓을 일삼기도 했다지요. 끔찍한 일을 저질렀기에 한 판 죽였어도 봐주지 못하겠다는 마음이라서 ‘주검토막’을 낼는지 모르고, ‘송장토막’을 내면서 뭇사람한테 무시무시한 보기를 알릴는지 모릅니다. 옛잘못을 뉘우치면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을 굳이 끌어내어 되죽이는 일도 있지요. 잘못은 몇 해쯤 뉘우치거나 빌어야 아물 만할까요. 얼마나 깊고 오래오래 무릎을 꿇어야 멍울이 걷힐 만할까요. 지체가 높은 사람이 있다고 여기면, 이름이 낮은 사람이 있겠지요. 콧대를 높이는 사람이 있다면 얼굴이 못났다며 놀릴 사람이 있어요. 우리는 언제나 다른 숨결이니 높고낮은 결이란 없을 테지만, 나라·터전·마을에서 굴레를 쓰면, 눈에 들보를 씌우면, 그만 줄세우기를 합니다. 이 바보스러운 줄세우기는 언제쯤 저물려나요. 모든 궂은 일이 저물면서 고요히 잠들면 좋겠어요. 허울만 있는 나라사랑이 아닌, 서로서로 다른 ‘나사랑’을 하면서 새롭게 깨어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즐겁게 손을 잡고 기쁘게 어깨동무를 하려고 이 별에 찾아온 나그네이지 않을까요? ㅅㄴㄹ


주검토막·주검베기·거듭죽임·거듭찌르기·되죽이다·송장토막·송장베기·칼꽂기 ← 부관참시

지체·얼굴·얼굴값·이름·이름값·콧대 ← 체통, 체면

저물다 ← 암흑, 칠흑, 경과, 송년, 세모(歲暮), 연말, 연말연시, 소멸, 사멸, 절멸, 멸종, 도태, 사장(死藏), 공중분해, 희미, 약해지다, 쇠퇴, 쇠하다(衰-), 쇠락, 쇠약, 멸하다, 퇴화, 자연소멸, 자연도태, 삼디(3D), 쓰리디, 3D 업종, 사양산업

나라사랑 ← 애국, 국위선양, 국뽕(國家philop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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