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30


《이화서림 책싸개》

 이화서림 엮음

 이화서림 펴냄

 1960년 즈음



  지난날에는 책 하나를 고이 아꼈습니다. 요즈음에도 책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은 곱다시 어루만집니다. 지난날에는 책 하나를 건사해서 읽는 사람을 살뜰히 여겼습니다. 오늘날에도 종이책을 손에 쥐어 찬찬히 마음밥으로 삼는 사람을 알뜰히 바라보겠지요. 지난날에는 책 하나를 대수로이 마주하면서 정갈하게 다루려 했고, 이러한 손길은 책싸개로 엿볼 만합니다. ‘이화서림’ 이름이 박힌 책싸개는 이화여자대학교에 깃든 책집에서 내놓았겠지요. 언제 적 책싸개인가 하고 갸웃하다가 겉에 적힌 ‘화비안 전혜린’이란 이름에서 실마리를 찾습니다. 전혜린 님이 옮긴 《화비안》이란 이름인 책은 1960년에 처음 나왔어요. 그즈음 전혜린 님 책이 제법 사랑받았기에 이렇게 ‘이화서림 책싸개’에 꾹꾹 넣었을 텐데요, 적어도 1960년, 또는 이듬해나 1960년대 첫무렵에 이 종이를 마련해서 책을 감쌌겠지요. 이 책싸개가 어느 책을 고이 감싸면서 기나긴 날을 살아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무렵 숱한 책은 이화서림에서 이 책싸개로 겉을 여미면서 뭇손길을 받아서 읽히고 사랑받고 마음자리에 이야기로 스몄을 테지요. 손길이란 잇는 길이지 싶습니다. 그저 닿는 결을 넘어, 마음을 기울여 만나고 헤아리고 어울리는 결이로구나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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