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3.


《어느새, 바람》

 남윤잎 글·그림, 웅진주니어, 2020.3.20.



가운뎃칸 여닫이를 젖힌다. 바야흐로 한여름. 아니, 첫여름. 이불도 시나브로 홑겹. 큰아이가 열린 여닫이로 뒤꼍을 바라보면서 “그림같아.” 한 마디. 우리 집 여닫이로 바라보는 바깥모습을 그림으로 느끼는 네가 더없이 그림같은걸. 겨울이 저물 즈음에는 앙상한 나무에 새잎이 돋는 바람이 분다면, 봄이 저물 무렵에는 옅푸른 사이사이 하얗고 노랗고 바알간 꽃잔치가 짙푸르게 빛나는 바람이 불고, 여름이 저물 때에는 새파란 하늘에 노랗고 빨갛게 익는 열매가 주렁주렁 환한 바람이 분다. 철마다 새로운 바람이란 언제나 싱그러운 살림길을 비추지 싶다. 《어느새, 바람》은 큰고장(또는 서울)에서 마주하는 산뜻한 바람결을 담아낸다. 아무리 매캐하거나 빽빽한 큰고장(또는 서울)이어도 봄철로 접어들 즈음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면 온몸에 파아랗게 새바람을 들이마실 수 있는 길을 짚는다고 할 만하다. 틀림없이 큰고장(또는 서울)에도 철바람이며 봄바람이 불고, 여름바람에 가을바람이 찾아든다. 이 바람이 없다면 큰고장(또는 서울)은 메말라 버리겠지. 그런데 조금 눈을 낮추면 어떨까. 돌틈, 길바닥, 빈터에 새랑 풀벌레랑 바람이랑 비가 슬며시 옮겨심어 모락모락 돋는 들풀이며 나무를 흙바닥에 앉아서 본다면 어떠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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