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우치다 햣켄 글/김재원 옮김, 봄날의책, 2020.4.20.



새벽이 찾아오면 개구리 노래잔치가 수그러들고, 멧새랑 참새 노랫소리가 번진다. 큰고장을 떠나 시골자락에 깃든 열한 해를 이렇게 맞이하는데, 지난겨울부터 한 가지가 더 있다. 우리 집에 눌러앉은 길고양이가 새벽나절에 밖마루나 섬돌에 옹크리고 앉아서 집안을 쳐다보다가 우리 가운데 누구라도 얼굴이 보이거나 발소리가 들리면 니야니야 노래를 한다.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을 읽었다. 한달음에 다 읽었는데, 아스라한 예전 일본 조그마한 마을 한켠 이야기를 다룬 터라 몇 가지 허울이 보인다. ‘밥을 차리거나 집안일을 하지 않고서 글만 쓰는 사내’라는 숨결이 흐르고, ‘고양이라고 하는 이웃 숨결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려는 생각을 아예 안 한다’는 대목도 짙다. 이미 떠난님한테 꼬치꼬치 묻거나 따질 수는 없다지만, ‘글쓰는 사람’ 사이에서는 이 대목이 엇비슷하지 싶다. 사내 글꾼이건 가시내 글꾼이건, ‘작가’란 이름을 내걸면 어느새 손수 짓는 살림이나 집안일이나 아이돌봄하고 자꾸 멀어지기만 한다고 느낀다. 글은 머리 아닌 삶에서 나오는데, 손수 삶을 다스리지 않는다면 무슨 글을 쓸까? 한 손에 붓을 쥐고 싶다면 다른 손에는 걸레·호미·부엌칼을 쥐자. 작은아이하고 앵두알을 신나게 훑어서 재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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