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28.


《Rosalind and the Little Deer》

 Elsa Beskow 글·그림, Floris Books, 1924/2012.



나무를 탄다. 맨발로 탈 적하고 신을 꿸 적에 다르다. 맨발로 나무를 타면 발바닥에서 머리카락까지 바로 찌르르 즐거운 물결이 퍼진다. 풀을 베든 마늘다발을 나르든 언제나 맨손으로 일하는데, 맨손으로 풀을 쥐면 손끝부터 발끝까지 짜라라 푸른 너울이 친다. 나한테는 고무신만 있기에 고무신을 꿴 채 나무를 타면 나무가 “아, 좀 아프다. 그래도 다른 신보다는 덜 아프지만.” 하고 말한다. 바위를 디디고 걸을 적에도 그렇지. 바위는 맨발에 맨손으로 타는 사람을 반긴다. 얼른 밟고 지나가는 사람보다는 천천히 머물면서 뺨을 대고 가만히 앉거나 눕는 사람을 좋아한다. 큰고장에서는 맨발로도 맨손으로도, 또 요즘에는 입가리개 없이 다니기도 힘들다 할 만하지만, 우리가 몸뿐 아니라 이 별을 푸르게 가꾸고 싶다면 되도록 맨몸으로 가볍게 햇볕이며 바람을 머금어야지 싶다. 《Rosalind and the Little Deer》를 장만해서 아이들하고 읽는다. 이 사랑스러운 그림책이 한국말로 나올 날이 있을까? 내가 옮기고 싶다. 엘사 베스코브 님이 빚은 그림책에는 앞으로 이 별을 새롭게 가꿀 아이들이 어떤 눈빛으로 삶터를 돌보면 아름다울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낮에 우리 책숲에서 들딸기를 훑다가 고라니를 만났다. “너도 들딸기 좋아하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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