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쉬케 신일숙 환상전집
신일숙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87


《프쉬케》

 신일숙

 학산문화사

 2010.11.25.



  낫을 쥐어 풀을 벨 적에 풀한테 먼저 속삭입니다. “너희를 베어서 이 땅에 눕히면 흙이 무척 반긴단다. 싱그럽게 서서 살랑이는 풀바람을 베풀어도 좋은데, 새로운 흙이 되어 보지 않겠니?” 모든 풀을 남김없이 베는 일은 없습니다. 남기고픈 풀이 있으니, 고이 자라기를 바라는 푸나무가 있기에 ‘흙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풀’만 벱니다. 여름으로 다가서는 오월 끝자락은 풀내음이 매우 짙습니다. 여러 풀벌레가 깨어나고, 사마귀집은 어느새 모두 비었어요. 올망졸망 온갖 풀숨결이 곳곳에서 기지개를 켭니다. 풀이 돋는 곳은 시원하면서 포근합니다. 풀이 없는 곳은 뜨거우면서 춥습니다. 《프쉬케》를 새로 읽습니다. 오직 하나인 참사랑을 바라는 프쉬케는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아이입니다. 푸른빛을 거치고 여러 고비를 가로지르면서 조금씩 철이 든다지요. 프쉬케를 바라보는 에로스도 철이 덜 든 숨결에서 조금씩 철이 드는 빛으로 거듭나요. 두 넋은 몸뚱이에 깃든 마음을 어떻게 상냥하면서 슬기롭게 읽어내어 느끼고 함께할 적에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사랑이 되는가 하는 길을 갑니다. 이 길은 가싯길일 수 있지만, 찔레도 장미도 딸기도 가시가 있기에 더욱 곱고 달콤하면서 넉넉하답니다. 들딸기를 훑어 아이들한테 건넵니다. ㅅㄴㄹ



‘사랑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어떤 것이기에 그토록, 아니 아니, 그보다 내 몸이 완전한 사랑을 수용해 낼 수 있을까? 수용하지 못한다면 몸이 파열되어 버릴 텐데. 하지만.’ (74쪽)


“너는 또 한 번 내 경고를 어겼구나.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하지만 특별히 이번엔 용서해 주기로 하겠다. 왜냐면 아무리 격심한 분노도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으므로. 또 어차피 널 용서할 것이므로.” (26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