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22.


《엄마, 잠깐만!》

 앙트아네트 포티스 글·그림/노경실 옮김, 한솔수북, 2015.7.30.



이웃집 닭이 우리 집에 어떻게 들어왔을까. 마당에 불쑥 나타난 닭은 달아나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이웃집 닭우리는 이곳저곳이 다 막혀서 빛도 잘 들지 않고, 닭이 바깥을 볼 수 없으며, 날거나 걸을 만한 틈이 없다. 작고 어두운 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처음으로 본 바깥에, 또 처음으로 본 사람에, 스스로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모른다고 느꼈다. 살며시 다가가서 쪼그려앉은 다음 등을 쓰다듬으니 가볍게 놀라면서도 손길을 반기네. 천바구니로 감싸서 안고는 마을을 몇 바퀴 돌았지만 이웃집 분들은 안 보인다. 저녁까지 우리 집에서 돌보다가 상자에 들어가도록 해서 이웃집으로 옮겨 주었다. 《엄마, 잠깐만!》을 가만히 읽어 본다. 아이 손을 잡고 바지런히 길을 나서는 어머니를, 또는 어머니 손을 잡고 느긋이 둘레를 살피는 아이를 다룬다. 둘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본다. 어머니는 바쁘게 여러 곳을 살피고, 아이는 느긋이 여러 곳을 돌아본다. 둘 가운데 어느 쪽이 옳지 않다. 서둘러도, 천천히 가도 좋다. 아이가 어머니 말을 들으면서 함께 가듯, 어머니도 아이 말을 들으면서 같이 간다면, 서로서로 이야기가 흐르는 나들잇길이 된다면 참으로 즐겁겠지. 이야기가 흐르지 않는다면 캄캄히 갇힌 곳에 있는 셈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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