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11. 삽차


몇 살쯤이 되어서야 ‘불도저’하고 ‘포클레인’을 안 헷갈리고 바르게 가리켰는지 가물거립니다. 어릴 적에는 이 이름이 영어인지 뭔지 몰랐고, 어른들이 쓰니 그러려니 하면서 따라서 쓸 뿐이었습니다. 이러다가 ‘밀차’나 ‘삽차’ 같은 낱말을 들었고, 갑자기 어지러우면서도 알아듣기 쉬운 다른 이름이 있다고 처음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밀차 ← 불도저’이고 ‘삽차 ← 포클레인’으로 짝을 맺기까지 제법 걸렸어요. 어른이 보기에 어느 말을 쓰든 안 대수로울는지 모르나, 어린이한테는 다릅니다. 어느 말을 가려서 쓰느냐에 따라 생각하는 마음이 바뀌어요. 아이가 그저 씩씩하게 자라기만 바랄 수 없습니다. 어른 스스로 푼더분히 눈썰미를 가다듬어 알뜰살뜰 살림길을 가름하도록 마음을 기울일 노릇입니다. 이 말을 거쳐서 이 생각이 자라요. 저 말이 흐르는 길을 살피면서 저 꿈이 큽니다. 말 한 마디란 언제나 기운차게 자라나는 나무랑 같아요. 미는 차니까 ‘밀차’이듯, 밀면서 여니 ‘미닫이’예요. 삽처럼 파기에 ‘삽차’이든, 잘 파기는 하지만 파기만 할 뿐 스스로 나아갈 길을 못 찾고 헤매니까 ‘삽질’이지요. 차근차근 걷습니다. ㅅㄴㄹ


땅차·밀차 ← 불도저

삽차 ← 포클레인, 굴착기, 굴삭기

푼더분하다·시원시원·씩씩하다·기운차다·힘차다·트이다·서글서글 ← 외향적

매기다·삼다·가름하다·붙이다 ← 책정

거치다·밟다·길·흐름·자리·줄·디딤돌·-씩·디딤길·차곡차곡·차근차근·찬찬히·하나둘 ← 절차, 절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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