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10. 이바지돈


돌림앓이가 퍼지면서 살림이 버거운 이웃이 많습니다. 나라에서는 여러모로 돕겠다면서 건강보험료나 국민연금료를 한동안 줄이거나 미뤄 주겠다고 밝혔는데, 막상 날이 되니 숭덩숭덩 빠져나갈 뿐입니다. 후줄근한 통장을 보며 한숨을 쉬니 곁에서 아이가 ‘국민연금’이 뭐냐고 묻습니다. ‘연금’이란 말을 못 알아듣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저도 ‘연금’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한참 헤아리니 ‘앞으로 살림을 걱정하지 않도록 꾸준히 대주는 돈’이라 할 만합니다. 그래서 ‘이바지돈’을 가리킨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지은 말이 아닌, 일본에서 지은 말을 슬쩍 베낀 ‘年金’이지 싶어요. 왜 쉽게 바로 알아듣도록 우리 깜냥껏 말을 지을 생각을 안 할까요? 이듬해에 동생이 태어나면 “한 살 터울”이라 했습니다. 한 낱말이 아니어도 “○ 살 터울”처럼 익히 써요. 국민학교 적 생활통지표에는 ‘良好·不良’이란 글씨가 찍혔습니다. 일본말을 그냥 쓴 셈입니다. 이기고 왔으니 “이기고 왔다” 하면 될 테고, 콩으로 짠 물이 달콤하니 ‘콩젖’이라 하면 되어요. 물처럼 흐르고 비처럼 온누리를 촉촉히 적실 적에 비로소 말입니다. ㅅㄴㄹ


이바지돈 ← 연금(年金)

한 살 터울 ← 연년생(年年生)

이기다·이기고 오다·의젓하다·어엿하다·씩씩하다·당차다·믿음직하다·휘날리다·드날리다·우쭐하다·피어나다 ← 개선(凱旋), 개선장군

멀쩡하다·말짱하다·좋다·쓸만하다·볼만하다·할만하다 ← 양호(良好)

콩젖·콩물 ← 두유(豆乳), 콩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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