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11


《표준 한국우표목록》

 편집부 엮음

 대한우표회

 1960.6.30.



  아버지가 국민학교 교사이다 보니, 스승날이 아니어도 ‘스승한테 보내는 글월’이 날마다 몇씩 있었어요. 처음에는 글월에서 우표 붙은 자리를 오리고 물에 불리고 신문종이에 펼쳐 말리며 우표만 얻었습니다만, 나중에 우표가게 일꾼이 말하길 ‘우체국 소인 찍힌 우표’가 값있을 뿐 아니라, 옛자취를 읽는 길이 된다 해서, 그 뒤로는 글월자루째 건사했습니다. 숱한 소인을 살피니 ‘고무 소인’인지 ‘기계 소인’인지 알아볼 만하고, 고장마다 다른 결을 느꼈어요. 지난날에는 모두 사람손으로 우표를 붙이고 소인을 찍은데다가 인쇄솜씨가 떨어져 ‘우표조차 빛깔이며 무늬나 글씨가 다르기’까지 했습니다. 우표모으기를 하느라 해마다 ‘우표목록’을 장만했어요. 《표준 한국우표목록》처럼 오랜 우표목록을 헌책집에서 찾아내면 무척 반가웠습니다. 참 작은 종잇조각인 우표이지만, 이야기를 띄우고 조촐한 살림자취를 남겨요. 2020년으로 접어들어 사라지는 우체국이 생깁니다. 택배한테 밀려 돈이 안 된다는데, 우체국만 우표를 빚을 수 있는 만큼, 모든 우체국이 다 다른 우표를 새롭게 선보여 글월 주고받는 보람을 퍼뜨리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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