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23


《소케트군 1》

 김성환 글·그림

 고려가

 1988.3.30.



  국민학교를 다닐 적에 신문을 날마다 들췄습니다. 까맣게 한자로 덮은 신문이라 하더라도 귀퉁이에 네칸만화가 깃들었거든요. 왜 신문에 네칸만화가 깃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글만 빼곡하기보다는 느긋하게 그림으로 이야기를 여미어 보이는 길이란 무척 사랑스럽지 싶어요. 길디길게 늘어뜨리는 말이 아닌, 그림 한 칸으로 오히려 깊으며 너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거든요. 다만 어린이신문은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고, 어른신문을 뒤져서 어디에 네칸만화가 나오는가를 엿보았어요. 어쩌다가 만화가 없는 날이면 “아, 무슨 신문이 이래!” 하면서 골이 났어요. 살림이 넉넉한 몇몇 동무는 어른신문 아닌 어린이신문을 보더군요. 이 동무네에 놀러가고서 알았어요. 이때 어린이신문에 깃든 만화를 하나하나 챙겨 읽으면서 ‘이 재미있는 만화가 가득한 어린이신문을 지겹다고 안 보고 구석에 밀어놓는다고?’ 하고 생각했어요. 1998년에 서울 이문동 헌책집 〈신고서점〉에서 《소케트군 1∼5》 꾸러미를 만났습니다. 어릴 적에 보기 어렵던, 어쩌다 겨우 한두 자락 빌려서 보던, 풋풋한 네칸만화를 한자리에 모은 만화책은 몹시 사랑스러웠습니다. 아스라한 예전 살림·어린이·마을·골목·어른이 아기자기하게 얼크러지면서 수수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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