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25
《이서지풍속화집, 정겨운 시절 이야기 6》
이서지 그림
선바위아트
2002.3.8.
제가 어린 날을 보낸 마을은 다섯 겹으로 올린 집이 높다랬습니다. 두 겹으로 올린 집조차 드물 만큼 어깨동무하는 마을이요 골목이었습니다. 곳곳에 빈터랑 모래밭 놀이터가 있었어요. 자동차는 드물고 걸어서 오가는 사람이 수두룩했습니다. 어린이는 뛰거나 달렸고, 어른은 볕바라기나 그늘바라기로 나란히 앉아 수다꽃을 피웠어요. 늘 바라보고 같이 살아가는 모습이 이러했기에 버스나 전철을 한참 달려서 찾아가는 커다란 작은아버지네에서는 ‘여기도 사람이 사나? 사람은 안 보이고 자동차하고 높다른 집만 보이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꾸로 작은아버지랑 그집 동생들은 제가 사는 마을이나 골목이 낯설었을 테지요. 《이서지풍속화집, 정겨운 시절 이야기 6》에 나오는 모습 가운데 제가 어릴 적에 본 모습은 하나도 없다시피 합니다. 1934년에 충북 청주에서 나고 자란 이서지 님은 어릴 적에 늘 바라보고 스스로 살아낸 모습을 가만히 떠올리며 그림으로 담아내었습니다. 1970∼80년대가 되면 겨레옷을 입은 사람은 찾아볼 길 없고, 1950∼60년대에도 겨레옷이며 겨레살림은 가뭇없이 사라지고서 공업화·경제개발·새마을 물결이 출렁였습니다. 이제 그림으로만 남은, 웅성웅성 옹기종기 왁자지껄 수더분한 마을빛입니다. ㅅㄴ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