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17.
《토끼의 의자》
고우야마 요시코 글·가키모토 고우조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10.11.30.
아이들 여름옷을 장만하러 순천으로 간다. 몇 해 앞서까지는 이웃님이 어린이 옷을 보내 주었는데, 아이들이 ‘받는 옷’을 안 좋아했다. ‘남이 입었’기 때문이 아니라 ‘화학세제 냄새가 도무지 안 빠져’서 꺼렸다. 우리 집은 비누조차 아예 안 쓰다시피 하고, 빨래할 적에는 em을 쓰고 햇볕에 말리는데, 이러면 옷이 매우 보드랍고 냄새가 없다. 여느 비누나 세제를 쓰면 냄새가 대단해서 어질어질하다. 그렇다고 가끔 순천에 가서 장만하는 옷에 약품 냄새가 없지는 않다. 오직 솜이나 베로 짠 옷이어도 화학처리 냄새가 짙어 몇 벌을 다시 빨고 오래도록 햇볕에 말려서 기운을 빼지. 숲토끼가 즐겁게 짠 걸상 하나가 숲 한켠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가를 사랑스럽고 재미나게 담은 그림책 《토끼의 의자》를 이달 첫머리에 익산에 있는 〈두번째집〉이란 마을책집으로 마실을 다녀오는 길에 장만했다. 한국말로 나온 지 열 해나 된 그림책인데, 그림결이며 생각날개가 알뜰하다. 걸상 하나를 짤 적에도 이렇게 마음을 들인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연필 하나라든지 종이 하나도, 또 책 한 자락도 오롯이 사랑을 담아서 짓는다면 온누리를 환하게 밝히리라. 요즈막에 ‘정대협(정의연) 막질이 불거지는데, 히유, 왜 이렇게 돈냄새를 좋아해야 하지?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