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5. 한들


미덥지 못하다면 말을 섞기도 힘듭니다. 믿는 사이로 지내기에 비로소 말을 섞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어떤 길을 가는지 모른다면, 섣불리 말을 하지 못해요. 나이가 비슷하다 해서 동무가 되지 않습니다. 같은 배움터를 다니기에 벗이라 하지 않아요. 사이좋게 지내려면 서로 마음을 열어서 만날 노릇이고, 도란도란 어울리려면 함께 마음을 활짝 틔우는 길을 가겠지요. 누가 믿음을 저버릴까요. 처음부터 마음을 열지 않는 이라면 으레 핑계를 대고 빌미를 찾아서 나쁘게 가지 싶어요. 너나들이로 지내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막짓도 불거지지 않지요. 어깨동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뭔가 자꾸 들먹이거나 앞세우면서 딴짓을 하겠지요. 봄에 봄바람을, 가을에 가을바람을, 철마다 다른 새로운 바람을 마시면서 생각합니다. 다같이 마시는 이 바람처럼 가볍고 싱그러이 마음을 품는다면, 너른 들판을 같이 달리는 몸짓이 된다면, 한벌을 가로지르는 냇물을 맨손으로 떠서 마시는 살림길이라면, 저절로 상냥하면서 듬직한 사이가 될 만하지 싶습니다. 아름보기가 되기를 바라요. 아무 모습이나 보여주는 길이 아닌, 꽃보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믿는 사이·믿음길·믿음·동무·벗·너나들이·어깨동무·사이좋다·도란도란·오순도순 ← 신뢰관계

저버리다·빌미·핑계·내세우다·들다·들먹이다·앞세우다·노리다·나쁘다·휘두르다·막쓰다·막짓 ← 악용

한들·한벌 ←평야, 평원, 대평원, 초원, 광야, 자연

거울·나타나다·드러나다·보여주다·보기·꽃보기·아름보기 ←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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