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13


《반갑다 논장》 32호(2001.3·4.)

 안주영 엮음

 논장서적

 2001.3.1.



  고등학교를 마친 뒤로 옷을 안 샀습니다. 첫째로는 책값 대느라, 둘째로는 혼자 엮어 돌리는 소식종이를 복사하느라 살림돈이 빠듯했어요. 신문을 돌릴 적에 새벽에 헌옷 모으는 꾸러미를 뒤적여 맞춤한 옷을 주워 입었어요. 새로 나온 책을 살 주머니는 안 되어도 ‘새책 한 자락 값이면 헌책을 열 자락까지 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그야말로 숱한 헌책집을 두루 다녔고, 헌책집에서조차 서서 읽고 도로 꽂는 책이 많았습니다. 이러던 즈음 인문사회과학책집이 줄줄이 사라집니다. 적잖은 인문사회과학책집은 헌책집을 닮았더군요. 빼곡하면서 수북히 쌓인 책더미였어요. 이 가운데 〈논장〉은 좀 달랐습니다. 번듯하면서 말끔했고, 《반갑다 논장》 같은 잡지를 작게 여미기까지 했어요. 2000년이 아닌 2020년 〈논장〉이었다면 엄청나게 사랑받는 책터가 되지 않았을까요? 헌옷을 주워 입고 신문을 돌리며 헌책집을 다니던 스물 첫머리에 얼핏 스치고, 출판사 일꾼이 되어 문득 걸음을 디디려 할 즈음에 닫은 〈논장〉 앞에 서면, 또 책집에 들어가 보면, 반짝거리는 차림새인 젊은 물결이 책집은 아예 안 기웃거리면서 흘렀습니다. 이제 와 돌아보면 책집 못지않게 ‘무겁고 딱딱한 책’만 너무 많던 그때였기에 젊은 발길을 못 잡았지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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