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언저리


오늘 그릇 : “저는 아직 그릇이 안 되어서 글을 못 써요. 더구나 동화라니요! 동시도 그렇고요!” 하고 말씀하는 분한테는 늘 “‘오늘 그릇’이 가장 아름다운걸요. 나중에 이 그릇을 키우시면 외려 못 써요. 바로 오늘 이 그릇으로 쓰실 적에 더없이 아름다워서 싱그럽게 노래하는 포근한 바람이 일렁이는 동화도 동시도 태어나는구나 싶어요. 그릇을 키우실 생각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보다는 오늘 이 그릇으로 아이들하고 사랑하며 살림하는 삶을 그저 수수하게 옮겨 놓으시면 좋겠어요. 동화나 동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글이 아니니까요. 동화도 동시도, 또 소설하고 어른시도, 온누리 모든 글도, 스스로 삶을 사랑하는 살림을 짓는 상냥한 손길로 숲을 그리면서 나누려는 마음이기에 쓰는구나 싶어요. 큰그릇이 되어야 쓰지 않아요. 작은그릇이니까 작은그릇으로 써요. 쪼개진 그릇이라면 쪼개진 대로, 못나거나 모난 그릇이라면 못나거나 모난 그릇 그대로 서로 눈물이랑 웃음이 얼크러진 이야기를 꽃피우는 글이 태어난답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오늘을 사랑하기에 글을 한 줄 씁니다. 오늘을 생각하기에 말을 한 마디 합니다. 오늘을 살피기에 살림을 가꿉니다. 오늘을 바라보기에 스스로 몸을 맞추고 마음을 열어 아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노는 소꿉으로 신나게 웃습니다. 오늘을 그리지 않는다면 책을 읽지 못해요. 오늘을 돌보지 않는다면 참말로 어떤 책도 마음으로 스미도록 받아들이지 못해요. 2020.5.1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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