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9.
《빈 배처럼 텅 비어》
최승자 글, 문학과지성사, 2016.6.16.
바깥마실을 다녀오는 길에 시외버스에서 《빈 배처럼 텅 비어》를 읽는데, 첫자락에서는 움찔하구나 싶은 이야기가 흐르더니, 어느새 폭삭 늙어 주저리주저리 잔소리를 늘어놓는 듯한 이야기로 바뀌네 싶더라. 글쓴님은 첫머리에 “한 판 넋두리”를 늘어놓았다고 적는데, “늙은 잔소리”이네 싶더라. 넋두리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저 넋두리이지. 그동안 힘겨웠다는 하소연에는 여태 묻어 놓은 핏내음이 흐른다. 여태 벅찼다는 넋풀이에는 이제껏 담아 놓은 눈물바람이 도사린다. 이제껏 아팠다는 아이고땜에는 오늘까지 덮어 놓은 생채기가 드러난다. 빈 배라면 말 그대로 텅 비었겠지. 아무것도 없겠지.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빈 배이니 물줄기를 잘 타고 간다. 이녁 몸뚱이만 실은 배이니 어디로든 홀가분하게 나아간다. 빈 배를 탄 몸이라면 포카혼타스 아가씨처럼 “Just Around the Riverbend”란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 어느 길로 가시겠는가? 오늘까지 걸어온 길을 이제는 거스르고 싶은가? 오늘부터 새로 나아갈 길은 어제하고 다르기를 바라는가? 사랑하는 삶을 바라는지, 사랑이 없는 쳇바퀴를 바라는지, 두 갈래 가운데 하나일 뿐. 아가씨도 아줌마도 할머니도 어린이도 버드나무한테 찾아가서 물어보면 실마리를 찾겠지.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