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00


《그리인맨》

 게일 E 헤일리 글·그림

 박지동 옮김

 백제

 1983.1.10.



  오늘날 태어나 자라는 어린이는 ‘그림책이 많으나 느긋하게 볼 틈이 없다’고 한다면, 지난날 태어나 자란 어린이는 ‘그림책도 없고 집안일이나 심부름을 늘 해야 해서 책을 생각할 틈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쉬거나 놀 말미가 없을 뿐더러 책조차 드물던 지난날을 살아내어 오늘날 어버이가 된 분은 예전처럼 ‘어린이 곁에 책을 안 두기’를 하기도 하지만 ‘어린이 곁에 책을 둘’ 뿐 아니라 ‘어린이가 곁에 둘 아름책을 새롭게 짓자’고 꿈을 품고, 이 꿈을 몸소 펼치기도 합니다. 1980년대 첫무렵에 ‘현대세계걸작그림동화’가 나왔어요. 이 그림책꾸러미는 일본 그림책을 베꼈을 테지만 매우 사랑스러웠어요. 어디에서나 억눌리고 얻어맞으며 시달리던 어린이한테 마음밥으로 삼을 상냥하면서 푸른 꿈을 북돋우는 그림책이었거든요. 《그리인맨》은 꾸러미에서 스물셋째 책입니다. ‘green + man’이란 이름처럼 ‘푸른사람’을 들려줍니다. 매캐한 서울에서 툭탁거리며 이웃을 밟고 서는 길이 아니라, 싱그러운 숲에서 사이좋게 얼크러지는 사랑을 그려요. 누구를 동무로 삼을 적에 함께 웃으며 뛰놀 만할까요. 어떤 곳을 집으로 삼을 때에 같이 노래하며 살림을 지을 만한가요. 씨앗은 사랑으로 심고, 꿈은 이야기로 지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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