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92


《제주 민속의 멋 1》

 진성기

 열화당

 1979.12.30.



  살아가는 길에 쓰는 여러 가지는 ‘살림’이요, 보금자리에 건사해서 두고두고 쓰다가 물려줄 만한 여러 가지는 ‘세간’입니다. 두 말이 따로 있는 까닭이 있어요. 무엇이든 손수 지어서 살아가던 지난날에는 가볍게 살림을 가꾸기 마련이고, 아이들은 어른 곁에서 소꿉을 놀면서 살림길을 익혀요.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가는 길은 ‘소꿉 → 살림 → 세간’을 스스로 다스릴 줄 알아가는 매무새라 할 만합니다. 어느덧 이 세 낱말은 잊히거나 스러집니다. 요즘 어린이는 ‘소꿉’을 놀 틈이란 모자라고, 요즈막 푸름이는 ‘살림’을 익힐 겨를이 없다시피 하며, 이즈막 어른은 ‘세간’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기 일쑤입니다. 《제주 민속의 멋 1》는 제주란 고장에서 나고 자란 님이 다른 어느 곳보다 제주라는 터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살림하고 세간으로 삼았느냐를 눈여겨보면서 이러한 ‘살림·세간’을 제주 어린이한테 ‘소꿉’으로 곁에 두며 맞이하여 새롭게 돌보는 길을 헤아리기를 바라면서 일군 땀방울입니다. 흔히들 ‘민속문화’라 하고, 요새는 ‘생활용품·생활문화’라 합니다만, ‘소꿉·살림·세간’을 어우르는 ‘수수하며 슬기로운 삶’이라 해야 마땅합니다. 멋에서 맛이 태어나고, 길에서 사랑이 자라며, 오늘 꿈을 키웁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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