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95


《韓日會談과 우리의 立場》

 편집부 엮음

 공보부

 1964.4.1.



  미국 꼭두지기가 한국 꼭두지기를 만나러 온 자리에서 “미국 고급 군사무기를 사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불쑥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즈음 한국은 미국한테서 ‘고급 군사무기를 샀다’는 대목을 감추었는데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샀다지요. 미국 꼭두지기는 오로지 미국이란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터라, 한국이 뒷길로 큰돈을 쏟아부어 군사무기를 사들인 일을 자랑하려고 갑작스레 그 말을 터뜨렸다지요. 나라지기가 무엇을 하는지, 또 고장마다 벼슬아치가 무엇을 하는지, 여느 자리에서 살림을 하는 사람들은 알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꽁꽁 감추거나 뒷길로 벌이거든요. 《韓日會談과 우리의 立場》을 펴면, 1965년을 앞둔 ‘한일회담’을 둘러싸고서 박정희 군사독재가 ‘일을 아주 훌륭히 할’ 뿐 아니라 ‘굽신질이 아닐 뿐더러 나라발돋움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내세우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1964년에 나라지기가 밝힌 바를 보면, 군사독재를 일삼은 이뿐 아니라, 그 군사독재에 이바지한 벼슬아치가 여느 사람들한테 ‘참말 아닌 거짓말’만 달콤하게 뒤집어씌운 줄 낱낱이 느낄 만합니다. 그런데 그때 나라지기나 벼슬아치 가운데 그 일을 뉘우치거나 고개숙인 이가 있을까요? 오늘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는 어떤 몸짓인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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