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18
《男子中等學校 體育手帳》
江尻容·保坂周助 엮음
光生館
1939(昭和 14).3.12.
황등면에서 1930년(昭和 5)에 태어난 ‘죠성훈’ 님은 ‘全州師範學校’에 1941년(昭和 16)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1939년에 처음 찍고 1940년 4월 5일에 15벌째 찍은 《男子中等學校 體育手帳》을 펴면 익산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배움터를 다닌 분하고 얽힌 발자취를 살짝 들여다볼 만합니다. 《體育手帳》에는 키·몸무게가 어떠한가를 적는 꾸러미이면서, 달리기나 여러 몸쓰기를 어느 만큼 해내는가를 적도록 하는 꾸러미입니다. 이 꾸러미 뒷자락에는 ‘몸을 튼튼하고 반듯하게 다스리는 길’을 꼼꼼히 알려주기도 합니다. 언뜻 보자면 한창 자라나는 푸름이가 몸을 스스로 돌보도록 북돋우는 꾸러미일 테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일본 제국주의가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이 별을 불구덩이로 삼던 무렵 ‘모든 사내가 싸울아비로 나서도록’ 길들이려고 하던 꾸러미라고 해야지 싶습니다. 싸울아비가 되어 이웃나라 사람을 죽여야 할 뜻을 품고서 태어날 사내란 없습니다. 싸울아비가 될 사내를 섬기거나 따라야 할 뜻을 안고서 태어날 가시내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아름다우면서 즐겁게 사랑하는 살림을 빛내어 노래하는 하루가 되려고 태어난다고 여겨요. 부디 싸움수렁 아닌 나눔마당으로 나아가기를, 싸움판 아닌 사랑터로 가꾸기를 빕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