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10
《戶籍》 16호(第三卷第二號)
岩島肇 엮음
朝鮮戶籍協會
1943(昭和 18년).2.10.
조선총독부 법무국 민사과장 이와지마 하지메(岩島肇)는 1941년부터 잡지 《戶籍》을 엮습니다. 이 잡지가 태어날 즈음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키웠고, 이 나라 여느 사람을 싸움터로 끌어내어 총알받이가 되도록 내몰았습니다. 이러면서 벌인 짓 가운데 하나는 ‘창씨개명(創氏改名)’입니다. 잡지 《戶籍》은 바로 이 창씨개명을 ‘잘 하라’고 부추기려는 뜻을 담은 셈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앞잡이로 일한 이들은 조선총독부가 닦달하지 않아도 스스로 제 이름을 버리고 일본 이름을 썼어요. 조선총독부는 조선이란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머리부터 발끝뿐 아니라 마음이며 생각까지도 일본 제국주의에 온통 바치라고 닦달하려고 ‘일본사람처럼 이름짓기’를 밀어붙였습니다. 서슬퍼런 손길이 춤추는 책이요, 구슬픈 눈물방울이 맺히는 책입니다. 이 잡지를 인천 배다리에 있는 헌책집 〈아벨서점〉에서 만났는데요, 문득 뒷그림을 보니 ‘仁川海運組合’ 알림글이 있더군요. ‘仁川府港町七丁一番地’에 있었다는데, ‘町’은 해방 뒤에 ‘洞’으로 바꾸고, ‘번지(番地)’는 그대로 쓰다가 이제 사라졌습니다. ‘주소(住所)’란 말도 일본 한자말이겠지요. ‘사는곳·있는곳’이라 고칠 노릇인데, 이 땅에는 오늘 어떤 말빛이 흐르는가요.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