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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27
《신들이 노는 정원》
미야시타 나츠
권남희 옮김
책세상
2018.3.20.
“이 일대는 봐요, 머위 꽃줄기, 두릅 새싹, 고비, 산나물을 산더미처럼 캘 수 있고요. 왕머루나 자두도 잔뜩 나요. 우리 딸은 배가 고프면 자기가 산나물을 뜯어와서 튀김을 해먹어요.” (41쪽)
공기가 맛있다. 제일 처음 공기를 ‘맛있다’고 표현한 사람의 마음을 알 것같다. 공기에는 정말로 맛이 있다. (48쪽)
이곳 중학교에는 중간고사도, 기말고사도 없다. 중1은 세 명밖에 없다. 게다가 중2와 중3은 한 명씩이다. 등수를 매겨도 의미가 없고, 애초에 전원이 충분히 이해했다는 걸 알면 시험을 칠 필요가 없다. (210쪽)
팥배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려면 마당 한켠에 팥배나무를 심어서 돌보면 됩니다. 또는 숲정이에 팥배나무가 섞이도록 하고, 또는 숲으로 팥배나무를 만나러 마실하면 되어요. 책이나 사진만으로는 팥배나무를 알 길이 없어요. 가만히 쓰다듬고, 뺨을 대어 숨결을 느끼고, 부둥켜안으면서 이야기를 걸 적에 비로소 팥배나무가 마음을 열어요.
오월은 팥배나무에 말간 꽃이 눈부십니다. 이 오월에 우리 삶자락은 어떤 모습일까요? 벌써부터 더운 날이라 에어컨을 틀려고 집안을 꾹꾹 닫아거나요, 싱그러이 오월바람이 집안 구석구석으로 스며도록 활짝 틔우는가요. 빛나는 햇살을 누리려고 마당이며 뒤꼍이며 고샅에 서서 해바라기를 하나요, 햇살은 쳐다볼 겨를이 없이 막힌 집안에 가만히 있는가요.
아이들하고 큰고장을 떠나 두멧시골에서 누린 한해살이를 다룬 《신들이 노는 정원》(미야시타 나츠/권남희 옮김, 책세상, 2018)을 읽었습니다. 글쓴이는 두려우면서도 설레면서 큰고장을 씩씩하게 떠났다고 해요. 아이들은 거리끼지 않고 두멧시골 한해살이를 맞아들였다고 합니다. 더 많은 또래가 웅성거리는 큰고장이 아닌, 몇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조그마한 배움터에 눈밭이며 들숲이 너른 두멧시골을 가슴으로 폭 맞아들였다고 합니다.
조그마한 배움터에는 따로 시험이 없을 뿐더러, 줄세우기가 없었답니다. 아이들은 시험이나 줄세우기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즐거운 나날을 누렸다고 해요. 틀리면 알려주고, 몰라도 그러려니 하면서, 하나하나 온몸으로 부대끼며 새록새록 배우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나라 사이에 줄세우기가 있어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사람 사이에 왜 줄세우기를 해야 할는지 아리송합니다. 잘하거나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을 텐데요.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하거나 모두 새롭게 부대끼는 길일 텐데요.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는 사람다움하고 멀어도 한참 멉니다. 아니, 아예 아무런 사람다움이 아니겠지요. ‘즐겁게, 사랑스레, 아름다이’가 되어야 비로소 하늘님이 드리우는 터전이 되고, 우리 누구나 저마다 하늘빛이 되는 길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