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1.
《프쉬케》
신일숙 글·그림, 학산문화사, 2010.11.25.
달이 바뀌면 이 새로운 달에 어떤 삶을 즐거이 그릴까 하고 생각한다. 날이 바뀔 적에도 새벽나절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앞서 오늘 이 새로운 삶을 어떻게 누리면서 꿈을 사랑으로 지을까 하고 생각한다. 지으려는 생각이 없이 하루를 맞이하면 휘둘리는 물결이다. 지으려는 생각으로 하루를 마주하면 가볍게 헤엄치듯 부드러이 가르는 물살이다. 밥을 차려 놓고서 만화책 《프쉬케》를 편다. 예전에는 귓등으로도 안 들어오던 말이나 이야기가 새록새록 스며들 때가 있으니, 신일숙 님 묵은 만화책이 이 대목을 살살 건드린다. ‘얼’을 가리키고 ‘궁금해 하는 마음’을 나타내며, ‘숨’이면서 ‘하늬바람’을 보여준다는 그리스말 ‘프쉬케’라지. 하나하나 따지면서 엮고 보니, 다 다른 낱말이면서 다 같은 말씨로구나 싶다. 짤막하게 갈무리한 만화책 한 자락이지만 ‘프쉬케 + 에로스’를 우리(한국사람) 나름대로 살뜰히 풀어내었다고 본다. 만화를 그리는 분은 언제나 글하고 그림을 같이 다뤄야 하기에, 줄거리를 깊고 넓게 파고들어 글·그림을 제대로 엮으려고 하는 분들은 이 별에 얽힌 수수께끼를 매끄러우면서 상냥하게 다루는구나 싶다. 봄이기에 보고, 보기에 배운다. 배우면서 삶을 이루고, 삶을 이루니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