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01
《原本 小學集註 下》
홍순필 엮어 옮김
朝鮮圖書株式會社
1921(대정 10). 11.15.
서울에서 살며 헌책집을 날마다 두서너 곳씩 다니던 무렵 서울 용산에 있는 〈뿌리서점〉에서 책손끼리 실랑이를 벌입니다. 2000년을 살짝 넘은 어느 날이었는데 “저 여기 단골인데 책값 좀 싸게 주셔요.” 하는 어느 손님 말에 책집지기는 허허 웃기만 하고, 옆에서 “자네 ‘단골’이란 말을 언제 쓰는 줄 아는가? 자네는 이 책방에 얼마나 자주 오나?” 하고 할배 한 분이 묻습니다. “저 여기 한 달에 한 번은 와요.” “이보게, 단골이라 하면 날마다 올 수 있어야 하고, 진정한 단골이라면 이 헌책방에 20년 동안 다니며 3000권 이상은 사야 ‘단골’이란 이름을 쓸 수 있어.” 곁에서 이 얘기를 듣다가 “아, 저는 이곳을 이제 열 해밖에 못 다녔지만 책은 이곳에서만 오천 자락 넘게 샀는데, 앞으로 열 해를 더 채워야 비로소 단골이 되겠네요.” 하고 말을 거들었습니다. 책집지기 아저씨는 “아니, 최 선생 정도면 단골이지. 뭘 이십 년씩이나 채워야 하나. 그런데 이십 년 정도 다니신 분들은 식구보다도 가깝지. 요새 얼굴 안 보이시는 분들이 계신데 건강은 괜찮으시려나…….” 책집지기 아저씨가 겉싸개를 씌운 《原本 小學集註 下》를 고릅니다. “그래, 젊은 사람도 소학 대학을 읽어야 공부를 한달 수 있지. 좋은 책이지.”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