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97


《학생자치활동 1》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사업국 엮음

 푸른나무

 1990.12.30.



  국민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에도 커다란 네모찌를 들고 다니며 휘두르던 이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을 ‘미친개’라고 불렀습니다. “애들은 패야 말을 듣는다”고 여긴 그이 입에서는 부드럽거나 상냥한 말이 튀어나온 적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날선 막말이었어요. 툭하면 네모찌를 휘두르고, 밀걸레를 내리치며, 무엇보다 손찌검이나 주먹질을 즐겼습니다. 아침에 너른터에 모두 모여 줄맞춰 설 적에는 조금이라도 줄이 어긋나거나 움찔거리는 아이가 있으면 앞으로 불러서 정강이를 걷어찼지요. 1988년에 들어간 중학교는 훨씬 끔찍했어요. 모든 이가 몽둥이를 들고 다녀요. 몽둥이·손찌검·막말로 다스리던 그들을 ‘교사’라고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그놈’이었습니다. 허울뿐인 학급회의를 세 해째 하던 3학년 어느 날, ‘그놈’ 앞에서 부아를 터뜨린 저녁나절 동무가 밖에서 조용히 부르더니 “야, 너 좀 생각이 있나 본데, 이런 책이라도 좀 읽어 봐.” 하면서 《학생자치활동》이란 책이름을 알려줍니다. 바로 동인천 〈대한서림〉으로 달려가서 책을 시켜서 장만했지요. 중3을 끝내고 고등학교에 가서까지도 이 책 두 자락을 달달 외우면서 외쳤어요. “이봐요, 그대나 우리나 똑같이 사람입니다. 막말 하지 마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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