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03


《Princess Sylvie》

 Elsa Beskow 글·그림

 Sessalatts aventyr

 1934.



  사전을 쓰는 길을 가노라니 온갖 책을 끝없이 챙겨서 읽는다는 핑계를 댑니다. 큰아이가 태어난 조그마한 집도 책으로 가득했습니다. 곁님이 어느 날 “아이한테 우리가 손수 살림을 짓는 길은 안 가르치고 책으로 다른 사람 이야기만 들려줄 생각이냐?” 하고 묻는 말에 아무 대꾸를 못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맞는 말이에요. 온누리 모든 책은 ‘내가 아닌 남’이 스스로 살아내면서 아로새긴 사랑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우리 아이한테 삶을 슬기로운 사랑으로 알려주려면 ‘남이 아닌 어버이인 나’ 스스로 오늘을 새롭게 지어서 알려줄 뿐 아니라, 함께 짓는 살림자리가 될 노릇이에요.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 살다가 《펠레의 새 옷》이란 그림책을 만났고 《호기심 많은 물고기》 같은 책이 한국말로 나온 줄 알아봅니다. 글이며 그림이며 사진이라면, 이렇게 살림빛이 눈부시고 사랑빛이 아름다울 노릇이로구나 하고 깨달으며 눈물이 흘렀어요. 아이를 무릎에 앉혀 그림책을 읽어 주는데 주르르 눈물이 나더군요. 더없이 빛나는 그림책이에요. 새로 나오는 그림책도 볼만합니다만, 1934년에 나온 《Princess Sylvie》를 넘기면서 ‘스웨덴에는 이무렵에 이렇게 생각을 꽃피운 상냥한 아줌마가 다 있었구나’ 하며 놀랍고 반가웠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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