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90


《朝鮮人女工のうた》

 金贊汀 글

 岩波書店

 1982.8.20.



  서울 노량진에는 〈진호서점(책방진호)〉이 오래도록 텃책집으로 책사랑이라는 숨결을 나누는 길을 갑니다. ‘진호’ 책집지기님은 손님이 없을 적에는 먼저 책집이며 책시렁이며 깔끔하게 먼지를 떨고 갈무리하고는 책상맡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습니다. 모든 새책은 출판사 일꾼이 정갈하게 가다듬어 내놓는다면, 모든 헌책은 헌책집 일꾼이 깨끗하게 손질해서 건사합니다. 〈진호〉로 마실할 적에는 언제나 알찬 일본책을 만나는데, 《朝鮮人女工のうた》를 만나던 날은 적잖이 놀랐습니다. 1982년에 ‘うた(노래)’라는 이름을 붙여 “일제강점기 조선 여자 노동자”를 다룬 책을 일본에서 내놓은 대목도 놀랐지만, 이 책하고 꾸러미로 나온 다른 일본책도 하나같이 ‘한국에서 여태 거의 안 나오던 한국 들사람 이야기’였거든요. 《어느 돌멩이의 외침》이라든지 《서울로 가는 길》처럼 들사람 스스로 목소리를 내려 할라치면 으레 군홧발로 찍어 누르던 나라지기였습니다. 들사람이 부르는 들노래를, 들사람이 가꾸는 들살림을, 들사람이 짓는 들꽃을, 들사람이 펴는 들사랑을 벼슬아치나 나라지기는 등돌리려 했어요. 들사람은 울면서, 어깨동무하고 웃으면서, 아기 젖을 물리며, 고샅에서 뛰놀며, 숲에 드리운 바람을 먹으며 노래했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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