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87
《거위의 생일》
우량어린이 도서 편찬회 엮음
대한출판사
1966.9.10.
2000년대로 접어들 즈음 적잖은 출판사는 어른책만 내던 틀에서 벗어나 어린이책을 함께 내는 틀로 갑니다. 바야흐로 어린이책이 짭잘한 장사가 되었습니다. 2020년대로 들어서고 보니 참 많은 출판사가 어린이책을 내놓습니다. 학교마다 도서관을 꾸리고, 그림책이나 동화책으로 숲·어깨동무·마을살이를 들려주는데, 숱한 어린이책이며 푸른책은 갈 길이 멀다고 느껴요. 어린이가 마음을 살찌울 만한 이야기를 수수하고 상냥하면서 고운 말씨로 풀어내지 못하는데다가, 너무 어른 눈높이에 머물면서 서울살림에 기울거든요. 이제 어른도 어린이도 거의 다 큰고장에 살고, 일거리도 큰고장에 맞추어 얘기하며, 삶자리도 큰고장 아파트랑 자가용으로 흐르니 어쩌는 수 없는지 모릅니다만, 바람을 안고 하늘을 품으며 풀밭이며 숲을 사랑하는 숨결로 시나브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1966년에 태어난 《거위의 생일》은 일본 그림동화를 슬그머니 베끼고 훔친 판입니다. 해방, 한국전쟁, 군사독재란 길을 거치는 동안 ‘어린이를 어떻게 북돋우고 아낄까?’ 하고 생각한 어른은 얼마나 될까요? 어린이한테 어린이책을 읽히고 같이 읽으며 새롭게 아름나라를 꿈꾼 어른은 얼마나 있을까요? 비록 베낀 그림동화였어도 ‘대한 그림동화 문고’는 알뜰합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