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26.


《알러지 공주》

 로도비카 치마 글·발렌티나 만냐스키 그림/김홍래 옮김, 서광사, 2003.6.10.



유칼립투스나무를 우리 집으로 진작 옮기자고 하면서 미루고 미루었더니, 책숲에 있던 유칼립투스나무가 거의 다 베어 넘어졌다. 삽차가 지나간 자리는 땅이 언제나 끙끙 앓고 눈물을 흘린다. 겨우 살아남은 유칼립투스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줄기가 굵다. 파서 옮기기는 어렵겠네 싶어 가지를 하나 잘라서 옮겨심는다. 부디 우리 뒤꼍에서 기운을 내어 주렴. 《알러지 공주》를 아이하고 읽는다. 임금님 아이로 태어나 노상 얌전히 지내야 하고, 햇볕을 쬐지도 말아야 하며, 옷을 더럽히지도 말아야 하는 공주님이 있었다지. 햇볕을 안 쬐어야 하얀 얼굴이 되고, 옷을 깨끗하게 건사해야 왕자님이 좋아해 줄 만하다지. 마치 오늘날 온누리 모습하고 매한가지 아닐까? 이 나라뿐 아니라 웬만한 나라마다 가시내는 얼굴을 하얗게 발라야 이쁘다고 여기잖은가? 맨얼굴이 햇볕을 보도록, 옷에 땀내음이 물씬 묻도록 신나게 뛰놀도록, 깔깔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바람을 품도록,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면서 어느덧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아가도록 할 노릇이지 싶다. 아픈 까닭은 쉽게 알 만하다. 앓는 탓도 어렵잖이 읽을 만하다. 해를 먹고 바람을 마시고 비를 품으면서 풀내음하고 흙맛을 누린다면, 아플 일도 앓는 일도 없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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