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80
《the Waverley novels》
Sir. Walter Scott, Bart
Edinburgh Adam and Charles Black
1867
책을 슬쩍 오리거나 찢는 사람이 있습니다. 혼자 간직하겠다는 마음으로 오리거나 찢을 텐데요, 정 그 대목을 바란다면 손수 베끼거나 뜰 수 있습니다. 종이를 묶어 책으로 선보일 적에는 한 사람만 읽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종이가 바스라지거나 삭을 때까지 누구나 만지면서 새롭게 배우라는 뜻이에요. 2016년 겨울날 서울 노고산동에 있는 헌책집 〈숨어있는 책〉에서 《the Waverley novels》를 만났습니다. 1078쪽에 이르는 두툼한 소설책인데 532∼588쪽이 찢기고 없습니다. 헌책집에서는 ‘파본’이기 때문에 제값에 팔지 못하고 눅게 내놓았습니다. 언제 누가 이만큼 오렸는데 알 길이 없습니다. 1867년에 처음 태어나 오늘에 이르도록 뭇사람 손을 거치고 돌다가 오림질을 받았을 텐데, 헌종이로 버려질 즈음 ‘이 대목은 남기자’고 오렸을 수도 있겠지요. 월터 스콧(1771∼1832) 님은 ‘웨이벌리’로 이름을 드날렸다 하고 1814년에 이 얘기를 처음 선보였다지요. 〈Waverley〉, 〈Guy Mannering〉, 〈the Antiquary〉, 〈Rob Boy〉, 〈Old Mortality〉, 〈the Black Dwarf〉, 〈a Legend of Montrose〉, 〈the Bride of Lammermoor〉 같은 글을 하나로 묶은 이 책은 언제 이 나라에 들어왔을까요. 오림질 자리에 동백잎을 놓았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