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20.


《화분을 키워 주세요》

 진 자이언 글·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01.8.30.



틈틈이 갓꽃을 훑는다. 으레 갓김치는 알되 갓이란 나물이 어떤 꽃이 피우는가는 안 쳐다보지 싶다. 어쩌면 갓꽃을 훑어 갓꽃물을 누리려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있을까? 갓꽃내음을 맡으면 유채꽃 못지않게 달큰하면서 뭉클하다. 갓꽃이 가득한 곳에 서면 꽃내음으로 배부르고 몸에 있던 궂은 기운이 사르르 녹는구나 싶다. 갓꽃을 똑 따서 혀에 얹고 살살 씹으면 달싸한 맛이 새삼스럽다. 이 맛을 꽃물로 누려 보자 싶어서 갓꽃을 햇볕에 말리는데 한나절 만에 거의 숨이 죽지만 바싹 말리려면 열흘 남짓 지내야 한다. 그림책 《화분을 키워 주세요》는 한국말로 나온 지도 꽤 되었지만, 처음 영어로 나온 지도 한참 되었다. 가만히 생각하면 1950년대 한국도, 2000년대 한국도 이 그림책을 받아들일 만큼 무르익지는 않았다고 할 만하다. 2020년대 오늘날은 어떨까. 이제는 넉넉히 받아들여서 집이며 마을이며 나라를 어떻게 가꾸면 즐겁고 아름다운가를 생각하는 징검돌로 삼을 만할까. 아이들한테 물려줄 살림을 처음부터 다시 헤아릴 수 있을까. 마당이며 뒤꼍이며 숲정이가 있다면 굳이 꽃그릇이 없어도 된다. 꽃그릇이란, 시멘트밭 큰고장을 살리는 작은 숲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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