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4.17. 엉겨붙다


시키는 대로 하다가는 판박이가 됩니다. 어릴 적에는 판박이 놀이가 재미있었어요. 가게에서 뭘 사면 곧잘 판박이 놀잇감이 깃들었고, 이 판박이를 공책이나 붓꾸러미에 새겨 보았어요. 책상에도 새기고 마을 담에도 새기지요. 똑같은 모습으로 드러나는 판박이일 테니, 사람살이가 판박이로 흐른다면 새로운 마음도, 싱그러운 숨결도, 산뜻한 사랑도 감돌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느껴요. 어떤 일을 하려고 틀을 잡을 노릇이기는 하되, 틀에 갇히지는 말자고 생각해요. 짜놓은 틀대로 가기보다는, 알맞게 엮은 틀을 헤아리면서 그때그때 새롭게 추슬러야 즐거이 나아갈 만하다고 봅니다. 틀에 매여서 움직이기에 꾼이 되고 놈이 되어요. 놈팡이나 녀석이란 이름이 아닌, 님이란 이름으로, 오롯이 사람이란 자리로 나아가자고 생각합니다. 힘센 쪽에 엉겨붙을 까닭이 없어요. 잘난 데에 엉길 일이 없어요. 스스로 지을 꿈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한 발짝씩 나아가자고 여겨요. 저부터 이 길을 가면 되겠지요.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마음이 되어, 말 한 마디에 즐겁게 노래하는 이야기를 얹어서, 오늘 이 하루를 상냥하게 맞아들여서 누리는 몸짓이 되려고 합니다. ㅅㄴㄹ


틀잡다·틀짓다·틀박이·판박이·짜다·짜놓다·엮다·얽히다·일어나다·일으키다·길들다·물들다·젖어들다·불거지다·뿌리내리다 ← 구조화

꾼·님·놈·놈팡이·녀석·벌레·사람·나리 ← 인사(人士)

엉기다·엉겨붙다 ← 응집, 응결, 응고, 밀집, 밀착, 변질, 변화, 기생(寄生), 기식(寄食), 의지, 의탁, 의존, 편승, 아첨, 아부, 협력, 친(親)-, 추종, 추종자, 기거, 거처, 무임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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