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75


《中國の朝鮮族》

 山本將文 사진·글

 東方出版

 1989.8.25.



  이 나라에서 태어난 이름 하나로 부끄러울 수 있을까요. 나라를 이끄는 우두머리가 저지른 짓 탓에 수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부끄러운 이름을 받아야 할까요. 독재자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어떤 눈길을 받아야 할까요. 몹쓸짓을 일삼은 사람이 낳은 아이는 어떤 손길로 마주해야 할까요. 아이한테 묻거나 따질 수 없습니다. 오직 한 가지를 생각할 뿐입니다. 저 집안에서 태어난 저 아이는 틀림없이 ‘저 못나고 막된 집안’을 앞으로 사랑으로 갈아엎거나 사랑을 모르는 채 똑같이 못나거나 막된 길을 가리라 하고. 《中國の朝鮮族》이라는 사진책은 더없이 애틋하며 눈물겹습니다. 이 사진책을 선보인 야마모토 야사후미 님은 ‘그저 일본에서 태어났’을 뿐이지만, 지난날 일본 우두머리가 이웃나라에 저지른 짓을 하나하나 알아차리고 나서 마냥 부끄러웠다고 합니다. 막상 부끄러워할 사람은 부끄러운 줄 모르는데, 여느 자리에서 수수하게 살림을 짓던 사람은 하늘을 보기가 부끄러웠다지요. 이분은 혼자서 한국말을 익혔고, 갖은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더 고개를 숙이면서 ‘여러 나라에 흩어져서 살아야 하는 한겨레’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남기려 했다지요. 한국 사진쟁이는 안 쳐다본 일을 일본 이웃 한 분이 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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