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15.


《빨간 벽》

 브리타 테켄트럽 글·그림/김서정 옮김, 봄봄, 2018.11.2.



도화면에 있는 도화초등학교에 아침 일찍 간다. 이곳에서 투표참관인 노릇을 하기로 했다. 시골 투표소는 한갓지다. 고흥군은 나라에서 버금으로 투표를 많이 했다는데, 하루 동안 이곳을 찾아온 사람은 오백이 조금 넘는다. 저녁 여섯 시에 투표꾸러미를 닫고서 읍내 체육관으로 간다. 고흥군을 통틀어도 고작 사오만일 뿐인 투표종이. 늦도록 개표참관인 노릇까지 한다. 고흥처럼 작은 시골은 투표도 개표도 일찍 끝난다. 이렇게 작은 고장인데 공무원은 자꾸 늘고, 삽질로 돈을 뿌리는 행정·정책만 줄잇는다. 군수도 국회의원도 매한가지이다. 책상맡에 놓고서 아이들하고 소리내어 읽는 그림책 《빨간 벽》을 떠올린다. 우리 삶자리에는 어떤 담벼락이 높다라니 있을까? 우리 마음에는 어떤 울타리가 단단하게 얽혔을까? 아름다울 길이란, 즐겁게 손을 잡으면서 웃음꽃이 될 길이란, 사람하고 숲이 하나가 되어 푸르게 노래할 길이란, 까마득히 먼 나라에만 있을까? 경찰·군대뿐 아니라, 군수·국회의원에다가 공무원·대통령 모두 없이 조용한 나라일 수 있다면, 손수 살림을 짓고 스스로 삶을 사랑하면서 풀꽃나무하고 이야기를 하는 마음이 피어날 수 있다면, 이제 전쟁무기 사들이는 짓은 멈출 수 있다면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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