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14.


《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며, 술을》

 김수영 글, 창작과비평사, 1996.2.28.



1996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참 모른다. 1995년 11월에 군대에 들어간 뒤로 바깥일은 깜깜이가 되었다. 지오피란 데에 들어갔다 나오느라 여덟 달, 지오피에서 나오고는 한 해 남짓, 그냥 바깥으로 안 나오고 조용히 박혀 살았다. 나한테 주어진 휴가란 몫을 가녀린 벗한테 슬쩍 잘라서 주곤 했다. 일부러 휴가를 남한테 주고서 안 나가는데 이를 알아챈 사람은 한둘뿐이었다. 1998년에 바깥으로 나오고서야 아이엠에프도 알았고, 대통령이 바뀐 물결도 느꼈고, 김영삼이란 이가 어떤 짓을 일삼았는지도 들었다. 1990년대에 강원도 양구에 있던 군대에 들어온 신문은 ‘국방일보·조선일보·스포츠서울’이었다. 이 세 가지에 둘러싸이면 깜깜이가 되는구나 하고 뼛속으로 느꼈다. 《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며, 술을》이란 시집을 쓴 분은 1992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붙었다고 한다. ‘ㅈㅈㄷ’이라는 신문에서 신춘문예를 뽑는다. 글로 삶을 밝히거나 노래하고 싶다면, 굳이 이런 신문에 글을 보내어 뽑혀야 할까? 이런 신문 신춘문예 심사를 맡는 이는 무슨 생각일까? 내로라하는 숱한 시인이 ‘ㅈㅈㄷ 신춘문예’를 내세우고, 이런 길을 거쳐 창비·문지·문학동네·민음사에서 시집을 낸다. 로빈슨 크루소는 이런 나라가 있는 줄 알기나 할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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