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74


《Frans handwoordenboek》

 Dr. F.P.H. Prick van Wely 엮음

 G.B.Van Goor Zones's U.M.

 1937



  1994년 한 해는 인천을 떠나 거의 서울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보냈습니다. 학과에서는 재미나 보람이 없었습니다. 둘레에서 “1학년 때에는 다 그래. 놀다가 3학년 때부터 학점 따서 졸업하면 돼.” 하고 말하더군요. “대학교에 학점하고 졸업장 따러 들어오나요? 배우려고 들어오지?” 하고 물으니 “대학교에 왜 비싼돈 내는 줄 아니? 다 졸업장 때문이야!” 하고 못을 박아요. 1995년을 맞이하면서 그만두고 싶으나 그만두지는 못한 채 학과 수업을 듣습니다. 언제나처럼 헌책집에서 마음을 달래다가 《Frans handwoordenboek》를 만납니다. ‘프-네’ 사전입니다. ‘프-네’ 사전에 앞서 ‘네-네’ 사전을 헌책집에서 찾았어요. 이제 저는 학과 교수한테도 없는 두툼한 ‘네덜란드말 사전’을 늘 챙겨서 수업을 듣습니다. 둘레에서 또 물어요. “어떻게 그런 사전을 다 찾았어?” “헌책집에 가면 있던걸요. 헌책집에는 네덜란드말 동화책하고 소설책도 있어요. 같이 가서 사실래요? 저는 벌써 사 놨습니다.” “아냐. 뭘 헌책방까지 가서 사니?” 1937년판 ‘프-네’ 사전은 언제 누가 사서 읽다가 한국 헌책집 한켠에서 고이 잠들었을까요. 어떤 배움길을 걸으며 꿈꾸던 숨결이 깃들었을까요. 배우며 꿈꾸는 곳이어야 비로소 배움터이지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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