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12.


《실크로드》

 수잔 휫필드 엮음/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2019.11.1.



조용히 봄볕을 누리며 빨래를 한다. 이제 30분 만에 빨래가 다 마르는 날씨이다. 볕이 참으로 좋다. 이 좋은 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동강면에 사는 이웃님이 전화를 한다. 다가오는 선거날 ‘투표참관인 + 개표참관인’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전라도 시골자락에서 참관인은 집권정당 사람 빼고는 없기 일쑤이다. 야당 사람이건 작은 정당 사람이건 없는 셈이라, 정의당 이름으로 참관인에 나서기로 한다. 여섯 시간씩 자리를 지키는 일이란 만만하지 않을 뿐더러, 하루 열두 시간을 빼자면 그만큼 사전짓기란 일을 하루몫만큼 못하는 셈이겠지. 《실크로드》를 편다. 책상맡에 놓은 지 다섯 달쯤 된다. 보고 다시 보아도 놀랍다. 이만 한 책이 한국말로 나올 수 있는 대목은 그저 놀랄 뿐이다. 서양사람은 그들 살림자리가 어떤 길을 걸었는가를 놓고 곰곰이 생각하고 짚으면서 이야기로 엮는다. 이 나라에서는 우리 살림자리가 어떤 길을 걸었는가를 놓고 무엇을 밝히거나 따지면서 이야기로 엮을까? ‘조선왕조’가 아닌 ‘조선 시골사람’이나 ‘고려 숲사람’이나 ‘백제 바닷마을 사람’이나 ‘고구려 멧골사람’ 이야기를 어느 만큼 헤아릴까? 일본사람이 빚은 한자말로는 ‘문명’이지만, 수수한 한국말로는 ‘살림’이요 ‘길’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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