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우러나오다 : 누구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이야기를 옮기면 따사로울 만하지 싶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데 이야기를 엮으려고 하니 억지가 생기고 꾸미려 들며 그럴듯하게 보이려는 마음이 불거진다. 국을 끓이면 알까. 국을 끓여도 모를까. 미역국이든 무국이든 감자국이든 콩나물국이든 김칫국이든, 국으로 삼으려고 하는 기운이 우러나오지 않으면 비려서 먹기 힘들다. 찬찬히 보면서 두고두고 기다리면 우러나온다. 즐겁게 바라보면서 하나하나 건사하면 우러나온다. 첫째부터 막째까지 숫자를 붙이려고 하니 우러나오지 못한다. 오늘날 이 나라 학교에서 아무리 시험성적이 잘 나와도 글 한 자락조차 제대로 못 쓰는 꼴을 보자. 손꼽히는 대학교를 마쳤다지만 막상 공무원이나 시장·군수나 국회의원·장관이나 대통령이란 자리에 들어서서 슬기롭지 못하게 노니는 꼴을 보자. 나이에 맞게 학교를 다녀야 하지 않는다. 이른바 ‘유급’이란 나쁘지 않다. 벼락치기 점수로 ‘승급·졸업’을 시키지 말 노릇이다. 차분히 가다듬도록 지켜보아야 한다. 찬찬히 몸에 익도록 가꾸어야 한다. 마음이 우러나와서 정치를 하려는 일꾼이라면 돈을 함부로 펑펑 써대지 않겠지. 마음이 우러나와서 글을 쓰는 이웃님이라면 언제나 노래하면서 하루를 신나게 그리겠지. 2020.4.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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