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물들다 : 어린이는 물드는 사람일까. 어른은 물들이는 사람일까. 거꾸로 어린이가 물들이는 사람이고, 어른이 물드는 사람이지는 않을까. 바람은 늘 바람빛이지만, 바다를 안으면 파랑이 된다. 바다는 언제나 바닷빛인데, 바람을 안으면 또 파랑이 된다. 풀은 왜 풀빛일까. 어떻게 푸르게 물들까. 들이며 숲에서 풀을 훑으면 손이며 몸은 푸르게 물들어 싱그러이 거듭난다. 온몸에서 풀내가 나겠지. 화장품을 바르고 소독제를 쓰며 자가용으로 다니면 온몸에 화학약품이나 플라스틱 냄새가 물든다. 즐겁게 노래하면 즐겁게 물들지만, 이마에 이랑고랑을 내며 짜증을 부리면 바로 짜증에 물든다. 어른이란 자리라면 섣불리 물드는 길이 아니라, 바람처럼 바다처럼 물드는 몸을 보여주는 길이리라. 어른이란 숨결이라면 함부로 물들이는 길이 아니라, 바다처럼 바람처럼 물들이는 살림을 밝히는 길이리라. 새롭게 바라보기에 물든다. 새롭게 사랑하며 배우기에 물들인다. 바람물이 들고, 꽃물을 들인다. 하늘물이 들고, 사랑물을 들인다. 2003.4.12.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