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9.
《요정이 된 마녀 우파바루파》
안나마리아 가티 글·라우라 코르티니 그림/안진원 옮김, 서광사, 1999.12.20.
바깥으로 볼일을 보러 다녀오고 나면 으레 집안일을 하기가 만만하지 않구나 싶다. 바깥으로 돌아다니면서 숱한 다른 기운 사이에서 맴도는 동안 내 기운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일까. 우리 보금자리에 없는 시끄러운 소리, 우리 풀밭에 없는 매캐한 바람, 우리 아이들하고 너무 다르게 거칠고 차가운 읍내(또는 큰고장) 아이들이나 어른들 ……. 그나마 요새는 돌림앓이가 퍼지면서 ‘알아서 떨어져 주’기에 그럭저럭 바깥일을 볼 만하지만, 전라남도에는 이 돌림앓이에 걸리는 사람이 없다시피 한 터라 좀 고단하다. 읍내 우체국을 거쳐 저잣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차리고는 자리에 쓰러져 《요정이 된 마녀 우파바루타》를 읽는다. 설마 판이 끊어졌나 싶어 살피니 고맙게도 판이 안 끊어졌다. 그래,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스무 해가 넘도록 조용조용 읽히는구나. 읽는 동안 글자락을 군데군데 손질해 놓고서 큰아이한테 건넨다. 동생하고 어머니한테 소리내어 읽어 준다. 이 동화책은 소리내어 함께 읽으며 아름다운 책이라고 느낀다. 어쩜 이렇게 이야기를 잘 엮었을까. 사잇그림도 퍽 어울린다. ‘마녀’하고 ‘요정’ 사이를 오가는 우파바루파인데, 우파바루파는 마녀도 요정도 아닌 오롯이 ‘숲님’이로구나 싶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