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4.6. 거룩아씨


아이가 카레를 노래하면, “그래, 그러면 뭘 챙길까?” 하고 묻습니다. 아이가 말하는 대로 함께 챙기고, 가루를 녹이면서 살살 끓이는데, “카레를 맛나게 하려면 찬찬히 오래 저어야 한단다” 하고 덧붙입니다. 한켠에 덩이가 지지 않도록, 고르게 녹으면서 퍼지도록 합니다. 아이 밥그릇하고 어른 밥그릇이 비슷합니다. 크기도 비슷하고 담은 부피도 어슷비슷하지요. 아이라고 적게 주지 않아요. 아이라고 적게 먹지 않거든요. 두 아이가 열 몇 살을 넘어가면서 어른이 적게 먹습니다. 언젠가 성당 수녀님이 ‘성물방’이란 곳을 쉬운 이름으로 어떻게 고쳐야 좋을는지 모르겠다고 물어보신 적 있습니다. 절집에서 흔히 쓰는 ‘거룩하다’란 말 그대로, ‘거룩노래(← 성가)·거룩님(← 성인·성자)’이라 하면 되듯 ‘거룩가게’라 하면 되겠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거룩한 사내라면 ‘거룩돌이’요, 거룩한 가시내라면 ‘거룩순이’일 테지요. 마실을 다니면 으레 쪽칼을 챙깁니다. 마실길에 능금을 썰어서 아이한테 나누어 주려고요. 서울길을 걷다 보면 툭툭 치거나 밟고도 그냥 지나가는 고약한 사람이 많았는데 요새는 알아서 떨어져 주니 홀가분합니다. ㅅㄴㄹ


같다·똑같다·고르다·가지런하다·닮다·비슷하다·어슷비슷하다·하나·고루·고만고만·매한가지·마찬가지·맞추다 ← 균일, 균일화

거룩님·거룩이 ← 성인(聖人), 성자(聖者), 성녀

거룩아씨·거룩순이 ← 성녀

주머니칼·쪽칼·토막칼 ← 잭나이프, 낭도, 단도(短刀)

거짓·얄궂다·궂다·나쁘다·못되다·몹쓸·고약하다·흉·얼룩 ← 부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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