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71
《한국 지명 총람 15 전남편 3》
한글학회 편집부
한글학회
1983.8.15.
고등학교를 마치고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혼자 배우고 살림하며 지내다가 한글학회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펴내는 《한글새소식》이란 잡지 묵은판을 대학교 학생회관 쓰레기통에서 잔뜩 주워서 건사한 적이 있는데, 예전 잡지에 실린 글을 더 읽고 싶기도 했고, 이 잡지에 푸른바람 같은 글을 싣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때 《한국 지명 총람》을 한글학회 책시렁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저런 책이 다 있구나 싶어 놀랐지요. 아무리 나라가 차갑고 어지러워도 꿋꿋하고 조용히 한길을 걸으며 알뜰한 사전을 엮은 일꾼이 있군요. 한글학회에서는 책시렁에 꽂은 ‘땅이름 사전’이 모두라며, 팔 수 없다고 했습니다. 헌책집을 뒤졌지요. 헌책집에서는 곧잘 나옵니다. ‘인천편’을 드디어 찾아내어 제가 어린 날 뛰놀던 ‘신흥동’ 옛이름을 알아보니 ‘꽃골’로 나옵니다. 그런데 꽃골은 온나라 곳곳에 흔한 이름이에요. “아, 뭐 이렇게 흔한 마을이름이야?” 하며 입을 비죽 내밀었습니다. 1995년 일입니다. 이러고서 숱한 해가 흐르고 흐른 2020년에 이르니 ‘전남편’도 찾아내어 읽는데요, ‘꽃골’이란 이름이 흔하다면, 그만큼 예부터 마을에 꽃을 곁에 두었다는 뜻이며, 사람들이 이 수수한 이름을 사랑했다는 뜻이었다고 깨닫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