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70


《분식》

 편집부

 한국제분공업협회

 1972.1.28.



  국민학교란 이름인 곳을 여섯 해 다니며 참으로 갖가지 노래를 따라불러야 했습니다. 무슨 날만 되면 온 학교 어린이를 너른터에 줄지어 불러세우고는 ‘○○의 노래’를 부르도록 시켰습니다. 스승날에 스승을 기리는 노래야 그렇다 치더라도 어린이날에 어린이가 스스로 어린이를 기리는 노래를 목놓아 불러야 하는 일은 지겨웠습니다. 어린이를 기리는 노래는 어른이 불러 줄 일 아닐까요? 달력에 적힌 기림날마다 무엇을 기리는 노래가 어김없이 있습니다. ‘혼분식의 노래’에 ‘분식의 노래’까지 있는데요, 총칼로 윽박지르는 우두머리는 바로 ‘노래’가 사람들 넋을 빼앗는다고 여겼지 싶어요. 이는 일제강점기에 제국주의 벼슬아치가 했던 짓 그대로이며, 군대에서 군대노래를 그토록 시키는 뜻이기도 합니다. 1970∼80년대에 나라가 앞장서서 ‘밀가루 많이 먹자’고 외쳤습니다. 바로 이 물결에 맞추어 일본책을 슬쩍슬쩍 훔쳐서 엮은 《분식》이요, 반상회나 동사무소를 거쳐서 뿌렸습니다. 밥살림까지 구석구석 건드린 우두머리랑 벼슬아치였습니다. ㅅㄴㄹ


“오늘날 선진국의 식생활이 주로 분식과 더불어 변화하고 있는 현재 우리 국민들의 식생활은 의연히 곡물 특히 쌀밥 편식으로 인하여 건강 유지에 결함이 많으며 그 섭취 열량도 다른 선진국가에 비하여 월등히 낮아……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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