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19.12.28. 기쁘다


어릴 적에 ‘기쁘다’하고 ‘즐겁다’를 가려서 썼다고는 느끼지 않지만, 두 낱말을 아무 데나 섞지는 않는다고 얼핏 느꼈습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하고 노래하지만 “즐겁다 구주 오셨네” 하고 노래하지 않아요. “새로 온 동무를 기쁘게 맞이합시다”라 할 뿐, 이때에 ‘즐겁게’라 하지 않아요. 오늘 잘 놀았느냐고 물으면 “즐겁게 놀았어”라 하지, “기쁘게 놀았어”라 하지 않아요. 그러나 “오늘 기뻤어”라 말할 때가 있어요. 모처럼 같이했기에, 처음으로 함께했기에 ‘반갑다’는 마음을 ‘기쁘다’로 나타냈지요. 마음을 먹은 대로 잘되거나 잘나갈 때가 있어요. 모든 일이 거침없이 풀리면서 잘 트이기도 합니다. 피어나는 꽃 같은 하루랄까요. 마음이 좋은 날에는 작은 들풀 한 포기에서도 상큼한 기운을 느낍니다. 마음이 안 좋다면 들풀이건 들꽃이건 나무이건 쳐다보지 못해요. 따로 더 좋은 나물이 있기도 할 테지만, 우리 마음에 따라서 모든 풀이며 남새가 이바지하지 싶습니다. 대단한 풀, 이른바 ‘살림풀’ 몇 가지를 찾기보다는, 언제나 우리 마음부터 즐겁게 열면서 하루를 기쁘게 짓는 길이 웃음꽃으로 피어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기쁘다·좋다·잘되다·잘나가다·멋지다·훌륭하다·피어나다·트이다·열리다 ← 운수대통, 대통

살림풀·살림남새·이바지풀·이바지남새 ← 구황식물, 구황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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