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4.1. 밀당


나이를 먹은 사람이 어른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나이가 적어도 철이 들면 어른이고, 나이가 어리더라도 슬기로우면 어른이라고 느낍니다. 나이를 먹어도 철없으면 어른이 아닌 늙은이요, 나이는 많되 슬기롭지 않다면 주접스러운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나이테는 그냥 있지 않다고 여겨요. 한 해 두 해 살아온 나날을 켜켜이 모두어 온몸에 아로새기는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어떤 몸이 되면서 살아가는가요. 우리는 ‘나잇살’만 먹는지, 아니면 ‘마음살’로 자라는지, 곰곰이 생각할 노릇입니다. 나이를 앞세워서 둘레를 내리누르려 한다면 낫값을 못한다고 할 만합니다. 어릴 적 살던 집에서는 그냥 ‘문’이란 말만 썼지만, 어머니가 태어나서 자란 시골자락 흙집에 처음 가던 때, 그 시골집 할머니는 “여가 문이 어딨나. 여그는 여닫이요, 저그는 미닫이지.” 하셨습니다. 한동안 ‘미닫이·여닫이’를 못 가렸습니다. ‘밀다·열다’란 낱말에서 비롯한 줄 알아채지 못했거든요. 조금씩 철이 들면서 ‘밀다’가 어떤 몸짓인가를 깨닫고, ‘열다’가 어떻게 흐르는가를 알아차립니다. 드나드는 곳도 밀고당기지만 삶도 마음도 밀고당깁니다. 천천히 자랍니다. ㅅㄴㄹ


주접(주접스럽다) ← 쇠하다, 병들다, 부실, 조잡(粗雜), 흉하다, 흉물, 구차, 형편없다, 빈약, 약하다, 궁상맞다, 궁상스럽다, 객기, 객쩍다, 욕심, 물욕, 광경, 극성

나이테 ← 연륜, 목리(木理)

나잇값·나잇살·낫값·낫살 ← 주제파악, 본분(本分), 본연의 역할, 책임, 역할, 임무, 책무, 소임, 연륜, 연력(年歷)

미닫이 ← 슬라이딩 도어, 장지문(障子門)

여닫이 ← 개폐, 개폐문

밀고당기다·밀당·밀당질 ← 심리전, 수(手)싸움, 공방(攻防), 공방전, 분쟁, 상충, 갈등, 설왕설래, 갑론을박, 시시비비, 언쟁, 설전, 논쟁, 승강, 승강이질, 승강이(昇降-), 시비, 대결, 대립, 결투, 배틀(battle),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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