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4.


《사랑한다 루비아나》

 박찬원 글·사진 그림, 류가헌, 2020.3.17.



큰고장에서 살 적에는 새책집도 헌책집도 가까우며 많아서 여러모로 책을 잔뜩 장만했다면, 시골에서 사는 오늘은 어떤 책집도 모두 멀기에 한꺼번에 책을 장만해 놓는다. 곰곰이 보니 그렇다. 책을 보는 사람은 어디 살든 집안이 책밭이 되어 버린다. 집에 쌓은 책을 제법 치웠다고 생각하기 무섭게 다시 쌓인다. 사전을 짓는 길에 곁책으로 삼는다는 말은 다 핑계인가. 모과꽃을 따서 말린다. 이제 체그릇에 셋만큼 된다. 모과꽃을 한참 따고 보면 온몸에 달달한 꽃내음이 배어 절로 배부르다. 찔레덩굴 한복판에서 싹이 튼 어린 후박나무를 아이들이 볕바른 곳으로 옮겨심어 주는데, 볕바른 곳을 삽으로 파니 흙이 죄 까무잡잡하다. 지난해보다 훨씬 까맣다. 우리 집 흙이 엄청나구나. 사진책 《사랑한다 루비아나》를 천천히 읽었다. 할아버지 사진님 박찬원 님은 늙어서 죽음을 앞둔 흰말 ‘루비아나’한테 어쩐지 마음이 확 끌리셨구나 싶다. 죽음이란 뭘까. 죽음은 끝일까. 죽어서 눈을 감으면 아쉬울까. 죽으며 이 땅을 떠나면 슬플까. 우리가 죽어서 몸을 벗지 않는다면 어떠한 삶이 될까. 우리한테 몸이 없다면 죽음이 없을 테지만, 삶도 없겠지. ‘살다(삶)’란 낱말은 ‘살갗(살)’하고 맞물린다. 살덩이에 매일 까닭은 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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