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3.


《붉은 보자기》

 윤소희 글·홍선주 그림, 파랑새, 2019.9.27.



인천·서울에서 살 적에는 어느 고장으로든 다녀오기가 그리 멀거나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어느덧 전라남도에서 열 해 남짓 살고 보니, 이 시골에서는 어디로 가도 다 멀 뿐 아니라, 같은 전라도로 오가는 길이 아예 없다시피 하기까지 하다. 대중교통으로 고흥에서 보성을 가려 하면 세 시간, 장흥을 가려 하면 네 시간을 잡아야 하는데, 고흥에서 영암이나 강진이나 해남을 가려면 하루를 꼬박 잡아야 한다. 서울길보다 훨씬 멀다. 고흥에서 목포는 그나마 목포가 큰고장이라 다섯 시간 즈음 걸리네. 목포 마을책집 〈동네산책〉을 어제 다녀오는데, 책집지기님이 동화를 쓰시는 분이구나. 책시렁에 곱게 놓인 《붉은 보자기》를 냉큼 장만해서 글쓴님 이름을 책에 받는다. 목포에서 순천을 거쳐 고흥읍을 지나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멀디먼 길에 다 읽는다. 역사 이야기나 어린이 눈높이에 알맞지 않다 싶은 말씨를 조금만 손보면 참 값진 동화책으로 이어가리라 본다. 말길하고 맞닿는 삶길을, 삶길하고 맞닿는 사람길을, 사람길이 여는 사랑길을, 사랑길로 가꾸는 보금숲길을, 보금숲길에서 찾는 꿈길을,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마음으로 새로 돌보면 좋겠다. 나라가 어수선하다면 모든 낡은 틀을 벗어던지고서 나비로 깨어나야 할 때란 뜻이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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