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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마음
조향미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24
《새의 마음》
조향미
내일을여는책
2000.7.20.
인천에서 나고 자랄 적에는 참새보다 갈매기하고 비둘기를 아주 흔하게 언제나 보았습니다. 바닷가이니 갈매기야 늘 날아다녔고, 인천 수봉공원·자유공원에서틑 툭하면 ‘평화 상징 비둘기 날리기’를 해대느라 골목골목에 비둘기가 떼를 지어 하늘을 누볐습니다. 충주 무너미마을이란 멧골에서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무렵에는 갖은 멧새를 만났고, 고흥 시골집에서 아이들하고 지내며 새삼스럽다 싶은 멧새를 마주합니다. 늘 보기에 마음을 읽지는 않아요. 늘 보든 가끔 보든 몸뚱이란 껍데기를 떠나 오롯이 마음으로 만나려 하니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새가 어떤 마음인지를 찌릿찌릿 느낍니다. 《새의 마음》을 읽는 내내 서운했습니다. 이름은 ‘새마음’입니다만 막상 새한테 마음으로 다가서면서 이야기를 듣거나 건네는 싯말은 한 줄조차 없었다고 느껴요. 왜 ‘문학을 하려’ 할까요? 그저 마음을 읽고서 옮기면 될 텐데요. 왜 ‘시를 쓰려’ 할까요? 삶 그대로 마음을 밝히고서 홀가분하게 붓을 쥐면 될 텐데요. 문학을 앞세울 적에는 딱딱하고, 딱딱하니 따분합니다. 시쓰기나 글쓰기를 애써 붙잡으려 하기에 거칠 뿐 아니라 틀에 박히는데다가 겉멋하고 겉치레가 반지르르하고 맙니다. 부디 마음노래 한 가락만 바라보아 주셔요. ㅅㄴㄹ
오전 내내 호미질 하던 아주머니들 / 말끔히 다듬은 잔디밭에서 점심 일찍 먹고 / 수건 베고 누워 낮잠을 잔다 (낮잠/14쪽)
도토리 한 알을 주웠네 / 인적 드문 산길에서 / 풀섶에 반짝이는 매끈한 열매 / 손 안에 꼭 쥐었네 / 이 예쁜 도토리 / 호주머니에 넣어 만지작거리고 날까 (도토리/54쪽)